귀천(歸天)
-천상병-
나 하늘로 가리라
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
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
나 하늘로 가리라
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
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
나 하늘로 가리라
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
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
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인 죽음을 말하고 있습니다. 대부분 죽음은 가장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기도 하지만, 이러한 죽음을 소풍으로 표현하면서 시인은 죽음이 가장 아름다운 끝맺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.
삶은 어쩌면 "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"처럼 짧은 순간에 찬란하게 반짝이는 모습일 수도 있고 "노을빛"처럼 은은하고 그윽함으로 물드는 충만함일 수도 있습니다. 그래서 시인은 이 모든 과정을 아름답다 말하며 “소풍”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.
지금 어떤이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힘에 겨운 무거운 짐처럼 여겨 질지라도 그 시간들도 돌아보면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라고 봅니다.
“나 하늘로 가리라
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
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“
이 시의 마지막 연은 그런 점에서
이 시를 음미하는 많은 이들에게 성찰
과 감동을 불러 일으킬만 합니다.
죽음 이후 본향으로 가서 자신의 지난 생전의 시간을
아름다운 세상에서 보낸 소풍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
시인의 순수하고 맑은 모습과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대한
자세야 말로 이 시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정한
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